NOTHING TO HURRY FOR
산책에는 꼭 목적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을 나설 때는 어디까지 갈지 대략 정해두기도 한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고 몇 번쯤 멈춰 서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산책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에 도착하는지가 아니다.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오래 냄새를 맡고 아무것도 없는 곳을 한참 바라본다.
우리는 그 앞에서 기다린다.
“가자.”
조금 더 빨리 가야 할 것 같아 목줄을 살짝 당기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대로 서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그 자리에 잠시 함께 머문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담장 아래 자라난 작은 풀,
바람에 천천히 움직이는 나뭇잎,
햇빛을 오래 머금은 아스팔트의 온도.
하루는 늘 목적지로 향한다.
어디에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
산책을 하면서도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하지만 걷는 동안만큼은 잠시 그것들을 내려놓아도 된다.
멈추면 멈추고 걷고 싶으면 걷는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좋은 산책은 많이 걷는 데 있지 않다.
조금 덜 서두르는 것.
목적지가 없어도 되는 것.
멈춰야 할 때 함께 멈추는 것.
오늘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 돌아가도 되고 한참 멈춰 있어도 된다.
산책에는 꼭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